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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WISET

디위드 캠페인

[디위드 테마3] 과학에 다양성과 포용성을 담다

조회수549 등록일2023-12-18

[DIwiTH 캠페인 테마3]

 

과학에 다양성과 포용성을 담다

융합과학의 시대를 이끌어갈 발전 요인은 다양성&포용성

 

디위드캠페인은 과학기술계 다양성&포용성 문화를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한 스토리텔링 테마기획을 연재합니다. 세 번째 테마에서는 과학기술에 다양성&포용성을 반영하면 기술혁신과 고도화를 더 빨리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연구원


가치있는 우연한 발견 세렌디피티

인류 최대의 우연한 발견으로 평가되는 페니실린은 1928년 플레밍(Alexander Fleming)에 의해 이루어졌죠. 플레밍은 인플루엔자 연구를 위해 접시에 배양하던 포도상구균이 우연히 곰팡이에 의해 죽은 것을 발견했어요. 이를 흥미롭게 여긴 플레밍은 본래 연구를 뒤로하고 곰팡이균을 연구한 끝에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하게 되죠. 비즈니스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행운은 3M이 개발한 포스트잇(Post-it)입니다. 어디에나 쉽게 붙였다 뗄 수 있는 포스트잇은 접착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탄생했어요. 의도와는 다르게 접착력이 매우 약한 물질이 만들어진 것을 다른 부서의 엔지니어인 프라이(Art Fry)가 버리지 않고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었죠.

 

레이저를 쏘아서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는 연성 레이저 이온화(Soft Laser Desorption)’ 장치를 개발한 공로로 2002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일본의 다나카 또한 우연한 발견으로 과학을 진일보시킨 주인공입니다. 단백질과 같은 거대 분자에 레이저를 쏠 때 단백질 구조가 파괴되지 않도록 하는 완충제를 연구하던 중 용기를 착각해 보조제인 코발트 분말에다 늘 사용하던 아세톤 대신 글리세린을 섞고 말았죠. 분석 결과 미세한 차이를 인지한 다나카는 후속 연구를 통해 질량분석장치를 개발했어요. 초기에는 실용성이 떨어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으나 1990년대 이후 바이오 산업이 발달하면서 단백질을 측정하는 다나카 이론이 생명공학의 2막을 여는 핵심기술이 되는 대반전을 맞이한 것입니다.

 

플레밍, 프라이, 다나카 모두 의도와는 다르게 우연히 나타난 과학적 현상을 놓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죠. 이처럼 우연한 발견을 뜻하는 용어가 세렌디피티(Serendipity)입니다. 세렌디피티를 위해서는 우선 조직의 환경적 조건이 갖춰져야 하는데, 연구자의 자율성이 가장 중요해요. 연구자가 해당 과제를 좌지우지할 수 없다면 미약한 증거만으로 관리자를 설득해 프로젝트 방향을 바꿀 수 없어요. 연구자의 권한과 자율성이 보장돼야 우연한 발견이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열매를 맺을 수 있죠. 또한, 다른 영역의 지식이나 아이디어가 연결될 때 세렌디피티의 실마리도 알아챌 수 있어요. 오랫동안 한 분야를 고민하다가 다른 영역의 지식을 접하게 되면 스파크가 일어나거든요. 다양성과 포용성을 추구하는 조직일수록 세렌디피티가 자주 나타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에요.

연구


전문화 시대에서 융합과학의 시대로

코로나19 백신의 효과와 부작용에 성별 간 차이가 있다는 보고가 있었어요. 임상 결과 백신 효능은 남성에게 약간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부작용은 여성에게서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죠. 코로나19 백신뿐만 아니라 이전에 개발한 백신들도 여성에게서 부작용이 더 심하게 나타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지난 2010년 영국 의학 저널 란셋(LANCET)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보다 항체반응이 더 심하게 나타나며 부작용의 빈도와 심각도 또한 큰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를 근거로 논문은 백신 임상시험 과정에서 유전자, 호르몬 요인 등 성별과 관련된 생물학적 요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죠. 여전히 의약품 연구에서 성별 요인을 고려한 분석은 무시되고 있지만, 미래의 의약품은 생물학적 성별을 중요 변수로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어요.

 

이처럼 과학은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요. 과학은 근본적으로 보편성과 재현성을 기반으로 하는데요. 어떤 결과가 과학적이라고 주장하려면 그 과정과 방법이 보편적이어야 해요. 누구든지 그 과정을 똑같이 따랐을 때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죠. 이를 과학의 재현성이라 하고, 과학적 방법의 황금률이자 주춧돌로 여겨요. 어떤 연구자가 자신이 발견한 장치나 방법으로 어떤 효율의 성능을 가졌다고 주장하려면 다른 이가 같은 장치나 방법으로 실험했을 때 같은 효율의 정량적 성능을 보여야 그 주장에 보편성이 생기는 겁니다. 그래서 과학은 교차검증을 통해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기도 해요. 오류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사례를 조사하고 검증해야 하죠.

 

20세기에 가속화된 전문화는 심화 지식과 발견에 성과를 보였지만 지식의 고립화와 파편화를 초래했어요. 목표가 같아도 분야에 따라 접근법이 달라 생성된 지식 또한 다르게 축적되는 상황이 반복됐어요. 같은 것을 연구하지만 부분만을 이해함으로써 지식의 불균형을 초래한 거죠. 그 때문에 융합과학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통합적인 지식을 완성하려는 시도 또한 활발해졌어요. 물리적으로 여러 학문을 통합하는 다학제간 연계가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 지식과 기술을 화학적으로 융합하여 새로운 학문 기술을 도출하는 것이죠. 융합과학은 문제해결을 위한 기술 간의 융합이 전제되어 사회 환경과 기술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는 목표 지향적인 과학이며,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 할 수 있어요.

연구원2

다양성&포용성은 과학기술 발전에 필수적

지금은 과학기술이 인류의 일상을 지배하고 존망을 좌우하는 시대입니다. 기후 환경을 포함한 에너지, 질병, 물 부족, 식량난 등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거의 모두 과학 이슈라 할 수 있어요. 이런 과학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공, 다양한 사고가 서로 소통하고 융합하며 넘나들어야 해요. 지식이든, 사람이든, 연구든 한쪽으로 편중되어 있으면 생각이 그쪽에만 몰리게 되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기 어려워요. 어떤 리더가 한쪽으로만 끌고 가게 되면 그 방향이 잘못될 수도 있고요. 그런 측면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은 기업 및 조직문화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았어요.

 

어떤 조직에서는 똑똑한 연구자가 아무리 많아도 평범한 성과만 나오고 노벨화학상을 받은 다나카가 재직하던 시마즈제작소 같은 조직은 지방대학 학사 출신의 평범한 엔지니어라도 세상을 뒤바꿀 만한 발명을 하게 만들죠. 젠더를 뛰어넘어 다양한 연령이나 계층, 배경, 전공 지식이 다른 사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게 중요해요. 같은 분야 연구원들 속에서도 다양성이 필요하고, 엔지니어들도 기술 세팅이 다른 만큼 그 다양성을 인정해줘야 하죠.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나이와 성별, 국적, 인종 등을 따지지 않고 어떤 능력과 성과를 보여주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20세기 최고의 과학철학자인 칼 포퍼(Karl Popper)는 과학은 비판에 열려 있어야 하고 반증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과학적 증거에 개방적인 태도,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학습이 필요하다는 뜻이죠. 그래서 학문과 성별 간의 벽이 없는 연구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어요. 지식과 기술을 개방하고 서로 공유함으로써 연구자의 창의성을 깨우고 새로운 융합 분야를 창출하도록 격려하며 지원해야 하는 것이죠. 이처럼 과학적으로 검증된 데이터와 증거를 토대로 합리적인 토론의 장을 만들어 과학기술이 더 빠르고 고도화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은 다양성과 포용성이라 할 수 있어요.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고 다름이 존중되며 남녀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포용적 문화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자신감과 동기부여의 원천이 될 뿐만 아니라 조직의 성공과 발전에도 중요한 플러스 요소입니다. 포용적 기업문화는 기술혁신을 이끌어 생산성을 증대시키며, 구성원의 소속감을 높여 인력 누출도 막을 수 있으니까요. 이제 과학기술에 다양성&포용성의 가치를 존중하고 정착시키는 일은 발전과 혁신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되고 있죠. 이는 위셋이 ‘DIwith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