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WiTH 다양성 기고]
[다양성 기고] 컴퓨팅 분야의 D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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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영(KAIST 전산학부 교수)
ACM(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은 세계 최초로 1947년에 설립된, 컴퓨터과학 분야의 학술과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각 분야 학회들의 연합체이다. 연구결과를 저널에 출판하는 다른 분야와 달리, 최신 연구결과를 학회에서 주로 발표하는 컴퓨팅 분야에서는 ACM의 역할이 매우 크다. 예를 들어, 프로그래밍언어 분야의 최우수 학회인 PLDI, POPL, OOPSLA, ICFP 모두 ACM이 후원하고, ACM 프로그래밍언어 분과(SIGPLAN, Special Interest Group on Programming Languages)에서는 개발자, 교육자, 연구원, 이론가, 사용자 등 다양한 회원의 활동을 지원한다. 컴퓨팅 분야의 노벨상이라고 하는 튜링상도 ACM에서 수여한다. 이러한 ACM의 홈페이지에는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Diversity, Equity & Inclusion(DEI)’ 항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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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ACM의 홈페이지의 ‘Diversity, Equity & Inclusion’ 항목
ACM이 컴퓨팅 분야의 DEI에 집중하는 이유
ACM 커뮤니티는 교육자와 연구자부터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개발자, 시스템 엔지니어, 프로젝트 관리자, 데이터 과학자에 이르기까지 컴퓨팅 분야에서 일하거나 다른 영역에 컴퓨팅을 적용하는 다양한 사람을 포괄한다. 커뮤니티의 구성원이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에 다양성과 포용성은 ACM의 사명에서 핵심을 이룬다. 다양성, 형평성 및 포용성은 DEI로 함께 언급되지만, 동일한 개념은 아니다. 다양성은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고유의 관점과 특성을 가지고 함께하여 시야를 폭넓게 만들 때 이루어지고, 형평성은 ACM이 자원의 배분과 시스템 운영 절차 및 과정 내에서 공정성과 공평성을 촉진하고, 소외된 커뮤니티의 컴퓨팅 분야 참여를 지원함으로써 달성되며, 포용성은 다양성을 환영하고 포용하는 환경에서 달성된다. ACM은 회원과 비회원 모두 ACM의 워크숍, 컨퍼런스, 출판물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ACM 활동은 전 세계적으로 학계와 상업 환경 모두에서 다양한 규모의 컴퓨팅 커뮤니티를 지원하고, 초등학생부터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력 단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자원과 활동을 제공한다.
구성원이 서로 비슷한 팀보다 다양한 팀이 더 혁신적이고 생산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고 조직에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한다는 연구 결과가 매우 많이 존재한다. ACM은 컴퓨팅 전문가로서, 자원과 서비스가 사회 모든 구성원의 요구와 감수성을 고려하여 만들어지도록 할 의무가 있다. 소프트웨어가 일상 생활 깊숙이 들어와 누구나 사용하는 상황에서, 컴퓨팅 자원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대상은 제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구성원으로 팀을 만들어야, 소수의 의견도 놓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ACM은 거버넌스와 활동에 다양한 배경과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조직 전반에 걸쳐 다양성, 형평성 및 포용성 노력을 조정하고 촉진하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위원회(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Council)를 설립했다.
ACM DEI 위원회의 노력
ACM DEI 위원회의 사명은 ACM 및 ACM이 지원하는 다양한 글로벌 커뮤니티 내에서 보다 포용적인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거버넌스, 프로그램, 활동 등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ACM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점을 환영하며, 적대감이나 기타 반사회적 행동이 용납되지 않는 환경 조성에 힘쓴다. ACM은 다양한 연령, 인종, 성별 및 성적 지향, 국적, 종교, 카스트, 신체 능력, 사고 방식 및 경험을 대표하는 회원들의 참여와 기여를 환영하고, 글로벌 커뮤니티를 위한 훌륭한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지원(https://www.acm.org/diversity-inclusion/about)하고 있다.
* 윤리 및 전문직 행동 강령(The Code of Ethics and Professional Conduct, https://www.acm.org/code-of-ethics)
컴퓨팅 전문가와 컴퓨팅 기술로 큰 영향을 미치는 개발자 및 연구자들이 윤리적으로 행동하도록 안내하기 위한 강령을 만들어, 일반적 윤리 원칙, 전문적 책임, 전문적 리더십 원칙, 강령 준수 등 다양한 맥락을 아우르는 지침을 제공한다.
* 컴퓨팅 분야에서 사용되는 문제적 용어의 대체 표현 제시(Words Matter, https://www.acm.org/diversity-inclusion/words-matter)
컴퓨터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오랜 기간 사용되어온 불쾌하거나 배제적인 용어를 대체하기 위한 노력으로, 더 나은 대체 표현 목록을 제공한다. ACM 접근가능컴퓨팅 분과(SIGPLAN, Special Interest Group on Accessible Computing)에서는 장애 관련하여 적절한 언어 사용을 위한 글쓰기 가이드(Accessible Writing Guides, https://www.sigaccess.org/welcome-to-sigaccess/resources/accessible-writing-guide/)를 개발했다.
* 수상 부문
ACM 시상 위원회는 프랜시스 E. 앨런 우수 멘토링 상과 루이즈 안드레 바루소 상을 신설해서, 더 다양하고 글로벌한 후보자 유치를 위해 의도적으로 DEI 원칙을 절차, 심사 위원회, 마케팅 전략 등에 반영하고 있다.
* 초중고 교육
컴퓨터 과학 교사 협회는 초중고 교사들이 미래의 컴퓨팅 인재 양성을 확대하기 위해, 정체성과 소속감, 문화적 반응성 및 지속성 컴퓨터 과학 교육 프레임워크, 실천적 형평성 등의 주제를 다루는 활동을 소개하고, 학업 경험에 DEI 원칙을 반영하기 위한 교육 자료를 제공한다.
* SIG 이니셔티브
다양한 연구 분과(SIG)들은 컴퓨팅 분야의 모든 측면에서 증가하는 다양성 요구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 중이다. 다수의 SIG가 다양성 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양한 리더십 및 자원봉사자의 대표성을 확대하며, 시상, 장학금 등을 보강했다. 또한, 연구 및 기타 분야의 아웃리치와 모범 사례 측면에서 다양성 관련 노력에 특화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ACM 프로그래밍언어 분과(SIGPLAN)의 노력
ACM의 다양한 연구 분과 중 프로그래밍언어 분과는 지속적으로 다음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 프로그래밍언어 분과 장기 멘토링 위원회(SIGPLAN-M, https://sigplan.org/LongTermMentoring/)
SIGPLAN-M은 프로그래밍언어 연구자들을 위한 국제적 장기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프로그래밍언어 커뮤니티 내 두 가지 멘토링 필요를 해결하는 데 있다:
1. 신진 연구자나 초급 연구자에게는 프로그래밍언어 커뮤니티 내에서 장기적 인맥을 형성하고 타 기관 연구자들의 관점을 접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매우 어렵다.
2. 선임 연구자들에게는 멘토링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다.
이러한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 SIGPLAN-M은 서로 다른 기관의 멘토와 멘티를 연결하여 최소 1년간 지속되는 멘토링 관계를 만들어준다. 그림 2가 보여주듯이, 2025년 6월 기준, 59개 나라에서 약 360명의 멘티와 270명의 멘토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한 달에 한 시간 정도씩 화상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SIGPLAN-M과는 별개로, 컴퓨터아키텍처 분야의 연구자들은 과학적 접근을 통해 커뮤니티 차원의 장기 멘토링 필요성에 대한 증거 기반 주장을 펼쳤고, 컴퓨터아키텍처 장기 멘토링(CALM, Computer Architecture Long-term Mentoring)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켰다. SIGPLAN-M과 CALM을 주도한 연구자들이 이 활동을 정리하여, “컴퓨터 과학 연구자들을 위한 장기 멘토링: 컴퓨터 과학 연구 커뮤니티 간 교류 확대(Long-Term Mentoring for Computer Science Researchers: Reaching out across computer science research communities, https://dl.acm.org/doi/10.1145/3564287)”라는 제목으로 Communications of the ACM에 출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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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ACM 프로그래밍언어 분과 장기 멘토링 위원회(2025년 6월)
* 프로그래밍언어 분과 CARES 위원회(SIGPLAN CARES, https://www.sigplan.org/Cares/)
CARES의 역할은 프로그래밍 언어 커뮤니티에서 잘 알려져 있고 존경받는 인물들로 구성된 자문 기관으로서, ACM 학회 등 행사나 ACM 출판물과 관련하여 차별, 괴롭힘 또는 기타 윤리 정책 위반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연락할 수 있고, 어떤 이야기라도 비난이나 판단없이 경청하며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위원회 구성원들은 이러한 사람들에게 의견을 나누는 창구가 될 수 있으며, ACM이 해당 사안을 추가로 조사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에 대한 조언을 제공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사건을 신고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건을 경험한 당사자가 직접 ACM에 불만 사항을 제출해야 하며, 이는 ACM 정책에 따라 처리된다는 것으로, CARES 위원회는 해당 공식 절차에서 중개자 역할을 할 수 없으며, ACM의 불만 처리 과정의 어떤 측면에도 관여할 수 없다.
CARES 위원회는 괴롭힘, 차별 또는 포용적인 연구 공동체 구축 및 유지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에 대해 상담을 원하는 사람들과 이메일로 소통하거나 전화 상담을 할 수 있다. 또한, ACM이 후원하는 프로그래밍언어 분야의 최우수 학회인 PLDI, POPL, OOPSLA, ICFP에는 한 명 이상의 CARES 위원이 참석하여, 학회 중 대면 상담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컴퓨팅 분야의 DEI
의사들은 다양한 사람을 환자로 만나기 때문에, 의대생들은 성소수자의 건강과 의료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서울의대에서는 2021년에 ‘성소수자 건강과 의료’ 수업을 선택교과로 처음 개설하였고, 2022년부터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인간사회의료’ 과목에서 ‘성소수자 건강과 의료’ 수업을 1시간 진행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비롯하여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이끄는 시대에, 컴퓨팅 분야에 종사하는 연구자, 개발자들은 다양한 사람을 사용자로 만나기 때문에,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성에 대해 배워야한다. DEI를 체화해야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올바르기 때문만이 아니라,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문제를 제대로 잘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사람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