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셋이 만난 사람 – ‘올해의 멘토’ 박계현 GE코리아 이사
 
해마다 연말이 가까워 오면 ‘WISET 멘토링의 날’ 행사가 열린다. 한 해 동안 멘토링을 총결산하는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올해의 멘토’ 시상식이다. 올해는 3명의 멘토가 선정되었는데 박계현 GE코리아 이사도 그 중 한 사람이다.
 
GE코리아는 2012년부터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과 손잡고 ‘GE글로벌멘토링’이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GE코리아 직원들이 멘토가 되어 여자 대학생 멘티들과 온-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취업 진학 경력개발 등에 대해 도움을 주는 것이다. 5년째 프로그램이 운영되면서 대학생들 사이에 좋은 평판을 얻었고, 올해는 새로운 변화로 주목을 받고 있다.
 

 
▼ 먼저 ‘올해의 멘토’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올해 GE글로벌멘토링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매년 1~2월 국내 여자 대학생과 대학원생 30명을 선발해 3월부터 8개월간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우리 회사의 여성 멘토 6명이 각자 5명씩 학생 멘티들을 맡아 멘토링을 하는 형식이지요.
 
저는 작년에 처음 참여했는데 아무래도 학생들과 터치 포인트(touch point)가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서 올해는 멘티들과 공동 프로젝트를 하자고 제안했어요.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각자 역할을 나눠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지요.
 
독거노인을 위한 앱 등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자전거에 먼지센서를 설치해 각 지역의 오염도를 측정하는 앱을 만들기로 학생들이 결정했어요. 요즘 한창 유행하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제가 회사에서 하는 일이 IT쪽이라 도움을 줄 수 있었어요.
 
한 달에 2~3번씩 저녁에 모여서 공동작업을 하는데 학생들이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서로 지기 싫어하는 욕심이 있어서 열심히 배워가면서 프로토타입 앱을 완성했어요. 저는 프로젝트 분위기를 조성하고 기술적으로 조언해주고 회사의 플랫폼을 지원해주는 역할만 했어요.”

▼ 공동연구 외의 다른 멘토링 활동은 어떤 것이 있었나요?
“만나서 공부만 한 것이 아니라 좋은 책을 읽고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R&D센터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어요. 엔지니어링에 대한 이야기나 여성으로써 과학기술인으로 살아가기 등 대학생들의 미래 고민도 털어놓게 되지요. 그럴 때는 도움이 될만한 GE코리아의 다른 직원을 소개해주기도 했어요. 회사에서 예산을 마련해 프로그램을 전폭 지원해준 것이 큰 도움이 됐어요.”
 
제네럴일렉트릭(GE)은 발명왕 에디슨이 창립한 회사로 100년도 넘은 세계적인 제조업체이지만 요즘은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혁신을 거듭하는 첨단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웬만한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보다 더 젊게 보이는 이 회사, 그래서 우수한 인재들이 선망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박계현 이사는 “GE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중 하나는 바로 ‘인재육성과 다양성 확보’이며 이것은 GE가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유지될 수 있는 핵심 가치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 GE코리아가 어떻게 위셋과 글로벌 멘토링을 하게 됐는지 궁금하네요.
“GE에는 인재육성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중 ‘GE Woman’s Network‘라고 여성의 전문성 및 커리어 개발, 멘토링, 네트워킹을 위한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사내 자발적인 조직이 있습니다. 현재 43개국에 150개 이상의 허브 조직이 활동하고 있지요. GE Woman’s Network의 4개 분야 가운데 과학과 엔지니어링 분야의 인재양성을 지원하는 ‘Women in Technology’라는 조직이 있는데 여기에 소속된 GE코리아 직원들이 한국의 이공계 여성인재들의 현장경험을 키우기 위해 위셋과 함께 프로그램을 하게 되었지요.”
 
박 이사는 “GE가 과감하게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적극적으로 혁신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이를 추진할 리더십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이런 차세대 리더를 양성하는 곳으로 ‘글로벌 인재 사관학교’라 불리는 크로톤빌(Crotonville)을 소개했다.
 
미국 뉴욕주에 있는 크로톤빌은 100년도 넘은 역사를 가진 기업연수원인데 사내 직원 교육부터 외부 고객, 임원 교육까지 GE의 체계적인 인재교육 프로그램을 집대성한 곳이다. GE코리아는 지난 7월 경기도 파주에 ‘크로톤빌 글로벌 리더과정’을 개설하고 고교생 40여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 멘토링을 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주 관심사는 어떤 것이었나요?
“직장이 먼저냐 아니면 대학원을 마치고 직장을 잡는 것이 좋으냐 하는 고민이 많더군요. 취업과 전공에 대한 고민, 여성으로써 직장생활을 하는 문제, 결혼 후 일과 가정의 양립 등 미래에 닥칠 현실적인 고민들이 많았어요. 사내에 박사학위를 받은 선배를 연결해 준다든가 해서 가능한 한 도움을 주려고 했어요.”

▼ 글로벌 멘토링에 참여한 학생들이 GE코리아에 입사한 경우도 있었나요?
“저희 회사는 공채가 없고 경력직 위주로 뽑기 때문에 아직 그런 경우는 없어요. 하지만 멘티 중 3명은 UIP란 인턴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6개월간 GE코리아에 와서 업무를 직접 해보기도 했어요. 이 프로그램도 개인적으로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앞으로 멘티들의 진로에 대해서도 추적해볼 생각입니다.”
 
▼ GE코리아는 글로벌 기업이라 여성에 대한 차별은 별로 없을 거 같은데요...
“GE코리아 1400명 직원 중 여성은 360명 정도 됩니다. 여성에 대한 우대가 따로 없어요. 왜냐하면 여성이라고 해서 특별한 차별이 없기 때문이죠. 가령 집에 일이 있어서 재택근무를 하거나 유연한(flexible) 근무시간 제도를 선택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허용이 됩니다. 그런 일로 눈치를 주는 상사나 직장 분위기가 없습니다.
 
그 대신 모든 일은 업무실적으로 평가합니다. 일을 잘 하느냐 못 하느냐가 직원에 대한 유일한 기준이지요. 그래서 여성이라고 해서 특별히 우대하거나 지원하는 정책이 없어요. 매년 스스로 성과를 계획해야 하고, 자기개발을 중시하고 독려하는 기업 풍토가 있습니다. GE 본사 에 가면 여성 박사들이 많습니다. 글로벌 리서치 센터가 8개 있는데 아시아에는 인도와 중국에 있습니다. 이곳에도 여성들의 활약이 대단합니다.”
 
▼ 경력단절이나 일-가정 양립 문제로 고민해본 적은 없으신가요?
“왜 없겠어요...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하고 첫 직장이 초등학교 방과 후 컴퓨터 선생님이었어요. 그 후 결혼과 출산으로 2년 가까이 경력단절이 있었지요.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후 GE플라스틱에 1주일 3일 출근하는 시간제 근무를 시작했어요. 차츰 능력을 인정받고 일을 많이 맡으면서 풀타임 직원으로 전환했지요.
 
다른 외국계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가 4년 전에 GE로 다시 취업했어요. 현재 하고 있는 일은 GE코리아의 전산시스템을 지원하는 IT부문을 맡고 있어요. 기업 IT 어플리케이션을 개발 운영하고 AS까지 맡아 무척 바쁘답니다.
 
아이는 딸 하나 낳았는데 함께 사는 시부모들이 맡아서 키워줘서 걱정 없이 직장 일에 전념할 수 있었어요. 당시 제가 하도 늦게 퇴근하니까 남자 직원들이 미혼인 줄 착각한 적도 있었어요. 주말에도 나와서 밀린 업무를 하는 등 일에 파묻혀 지내다가 남편에게 ‘직장은 자기만 다니냐’는 불평도 들었어요.”
 
▼ 직장 내 여성리더로서 경력개발도 무척 중요할 텐데요. 어떻게 노력하셨나요?
“IT분야는 새로운 기술변화가 심해서 날마다 공부하지 않으면 뒤쳐진답니다. 직장 다니면서 대학원도 다니고, 회사에 각종 교육프로그램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좋은 교육 기회가 있으면 스스로 찾아서 신청하고 경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해요.
 
저도 회사 내에 멘토가 있었는데요...‘비중 있는 일에 기회가 잘 안 주어진다’고 고민을 털어놓으니까 멘토님이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기회를 기다려라. 여유가 있을 때 중요한 일을 맡아야 일도 잘 성사된다’고 충고해 주었어요. 그게 큰 도움이 됐어요.”
 
▼ ‘올해의 멘토’로 선정되고 나서 주위 반응이 어땠나요?
“엄청 폭발적이죠.(웃음) 미래부 장관상을 받는 게 자주 있는 일인가요? 학생들과 함께 만든 프로그램이라 의미가 있었고 5년 동안 GE코리아가 꾸준히 해온 프로젝트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측면에서 보람이 있어요. GE가 산업용 기계를 만드는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환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기술회사’란 이미지를 주려고 노력해요. 그동안 한 프로그램들이 빛이 난다고 사내에서 인정해주어서 고맙습니다.”
 
박계현 이사는 글로벌 멘토링을 하면서 위셋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경력복귀 지원, 중고등 학생들을 위한 멘토링, 한국의 여성 이공계 인재들을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 등 알차고 시의적절한 사업들과 사업 담당자들의 열정에 감명을 받았다고 말한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앞으로도 지속되어 더 많은 여학생들과 여성과학기술인들이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위셋이 정부 예산에만 의지하지 말고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어 인재양성이나 사회공헌 프로그램 등 기업들과 협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더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김학진(위셋 전문위원)
사진. 배봉희(인사이트 피플)